- 독일·일본의 ‘지독한 절약’, 그것이 강대국의 품격이다.

  • 등록 2026.04.07 08: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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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 타며 중고 가구 고쳐 쓰는 독일인, ‘모터이나이(勿体ない, 아깝다)’ 정신으로 물 한 방울다시 쓰는 일본인

㈜한국탑뉴스 송행임 기자 |

연중 기획-절약이 국격이다. ②]

 

- 독일·일본의 ‘지독한 절약’, 그것이 강대국의 품격이다.

- 벤츠 타며 중고 가구 고쳐 쓰는 독일인, ‘모터이나이(勿体ない, 아깝다)’ 정신으로 물 한 방울다시 쓰는 일본인

▲편집장

 

[글로벌 리포트] 우리는 흔히 경제 대국이라 하면 화려한 소비와 풍요로운 낭비를 떠올린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독일과 일본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잘살게 된 비결은 반대로 ‘지독한 절약’ 위에 세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에게 절약은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멋진 시민 의식이자 나라의 품격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독일인들은 “검소함은 지성의 척도다”라고 말한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기적을 일궈낸 독일인들에게 절약은 꼭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에 가깝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이지만, 정작 국민들은 낡은 가구나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새로 사기보다 직접 공구함을 꺼내 수리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독일의 한 가정집 화장실 세면대는 물 조절 장치가 유독 뻑뻑하다. 물 한 방울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다. 겨울철 실내 온도는 19도를 넘지 않게 유지하며 두툼한 스웨터를 껴입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독일인에게 “당신 참 검소하다”라는 말은 “당신은 합리적이고 똑똑한 사람이다”라는 최고의 칭찬으로 쓰인다. 이들에게 낭비는 단순히 돈을 쓰는 행위가 아니라, 환경과 미래 세대가 써야 할 몫을 가로채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절약 정신은 ‘모타이나이(勿体ない, 아깝다)’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물건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마음이다.

 

일본의 주택가 마트에서는 식재료를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누어 판다. 딱 한 끼 먹을 만큼만 사서 남기지 않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어 음식물 쓰레기가 매우 적게 나온다. 또한, 변기 수조 위에 작은 세면대를 설치해 손 씻은 물을 다시 변기용 물로 재사용하는 구조는 일본 특유의 꼼꼼한 절약 정신을 잘 보여준다. 이들에게 자원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모두의 재산이라는 인식이 뚜렷하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소비는 이제 그만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 사회를 비춰보자. 우리나라도 이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과연 우리의 생각과 마음가짐도 그만큼 성숙해졌는가.

 

자신을 뽐내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는 '플렉스' 문화가 유행하는 지금, 진정한 국격은 물건을 아끼고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절약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미래를 지키는 가장 지적인 선택이다.

 

일본의 예를 들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절약 정신은 ‘모타이나이(勿体ない, 아깝다)’라는 한 단어로 압축된다. 물건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마음이다.

 

일본의 주택가 마트에서는 식재료를 아주 작은 단위로 소포장해 판매한다. 딱 한 끼 먹을 만큼만 사서 남기지 않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어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현저히 적다. 또한, 변기 수조 위에 작은 세면대를 설치해 손 씻은 물을 다시 변기용 물로 재사용하는 구조는 일본 특유의 섬세한 절약 정신을 잘 보여준다. 이들에게 자원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잠시 빌려 쓰는 공유 자산이라는 인식이 뚜렷하다.

 

아끼는 마음보다 뽐내는 마음이 커진 우리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 사회를 비춰보자.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며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과연 우리의 의식도 그에 걸맞게 성숙했는가.

 

명품 쇼핑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도, 공공장소의 에너지를 아끼거나 쓰레기 분리배출에 공을 들이는 일에는 인색하다. 화장실의 종이 타월을 뭉텅이로 뽑아 쓰고, 한 모금 마신 종이컵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행태는 독일이나 일본의 시각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천민자본주의’의 단면일 뿐이다.

 

강대국은 돈의 액수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원을 대하는 국민의 경건한 태도와 절제된 일상이 모여 진정한 품격을 만든다. 이란-미국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절약의 국격’을 고민해야 한다. 독일의 합리성과 일본의 정교한 아끼는 마음이 우리 사회의 ‘절약 DNA’를 다시 깨우는 촉매제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

 

송행임 기자 chabo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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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임 기자

한국탑뉴스에서 사회부와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