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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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땅은 꺼지고 물은 마른다, 이란의 ‘물 파산’이 보내는 잔혹한 전언(傳言)

기후 위기라는 자연의 역습 뒤에 숨겨진, 국가 경영의 처참한 실패가 불러온 물 파산의 현장이다.

㈜한국탑뉴스 송행임 기자 |

땅은 꺼지고 물은 마른다, 이란의 ‘물 파산’이 보내는 잔혹한 전언(傳言)

▲글쓴이 최상기 기자

최근 세계 4위의 산유국인 이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기름은 넘쳐나는데 마실 물이 없어 새벽 3시에 물통을 들고 거리를 헤매는 시민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수도 테헤란의 인구 1,000만 명이 물 부족으로 도시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수도 대피론’까지 공식화되었다.

기후 위기라는 자연의 역습 뒤에 숨겨진, 국가 경영의 처참한 실패가 불러온 물 파산의 현장이다.

 

1. 예고된 인재(人災), 우선순위를 망각한 대가

이란의 비극은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아서만이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정책의 실책이 쌓인 결과다.

이란 정부는 식량 자급자족이라는 명분 아래 전체 수자원의 92%를 농업에 쏟아부었지만, 그 효율은 바닥을 쳤다.

성과를 뽐내기 위해 전국에 세운 수많은 댐은 오히려 강줄기를 막아 생태계를 파괴했다.

더욱 뼈아픈 실책은 ‘미래의 저금통’인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퍼 올린 것이다.

그 결과 땅속이 텅 비어버린 테헤란은 연간 25cm씩 지반이 내려앉고 있다.

국민의 생명줄인 수도관을 고치는 대신, 막대한 석유 자본을 무장 단체 지원과 핵 개발 등 지정학적 야욕에 쏟아부은 대가는 이제 국민의 타들어 가는 목마름으로 돌아오고 있다.

 

2. '물 쓰듯' 하는 대한민국, 우리는 안전한가?

이란의 사례를 보며 우리가 안도할 처지는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UN이 지정한 ‘물 스트레스 국가’다.

하지만 우리 사회 기저에는 물을 ‘무한한 공공재’로 여기는 안일함이 팽배하다. 1

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유럽 주요국보다 현저히 높은 현실은 '물 쓰듯 한다'는 관용구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지하수 관리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가뭄 때마다 지하수에 매달리면서도, 정작 평소에는 무분별한 구멍 뚫기와 방치된 우물들을 방관하고 있다.

이는 수질 오염뿐 아니라 지반 침하를 유발하는 행정 사각지대다.

또한,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노후 인프라 개선 예산이 번번이 후순위로 밀리는 사이, 해마다 엄청난 양의 수돗물이 땅속으로 새어 나가는 ‘경제적 자해’가 반복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방치가 국가 자원 효율성을 갉아먹는 치명적 약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3. 미래를 위한 청구서는 반드시 날아온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엄중한 사실은 미래를 위한 청구서는 반드시 날아온다는 점이다.

이란의 '물 파산'은 수자원 관리가 당장의 경제 논리나 정치적 수사로 접근해서는 안 될 '생존'의 문제임을 경고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는 어쩌면 미래 세대가 써야 할 자원을 가혹하게 앞당겨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은 더욱 세지고 빈번해질 것이다. 이제 물 절약은 개인의 미덕을 넘어 국가적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노후 인프라 개선에 과감히 투자하고, 국민은 물의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오늘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는다면, 미래의 아이들은 빈 물통을 들고 거리를 헤매게 될 것이다.

물 파산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오늘 외면한 경고들이 모여 내일의 재앙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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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행임 기자

한국탑뉴스에서 사회부와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입니다.